
꽃은 누구의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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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시청으로 달려갔을때 제가 만난건, 길목길목을 물샐틈없이 막고 있던 전경버스… 그리고 그 사이를
촘촘히 채우고 있던 전경들의 굳은표정. 어떤 사람들은 울분을 터뜨렸고 어떤 사람들은 입술을 깨물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집요하게 왜 내가 저쪽으로 지나갈수 없는지를 따져 물었으나 그 어디에도 답변해주는 사람
없어, 그렇게 꽃들은 – 그들의 손바닥 안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했었지요. 그리고 그곳엔, 시청광장 잔디밭에
들어갔다는 죄목하에 현행범으로 체포될뻔한 남자가 있었어요. 전두환때도 이렇게까진 안했다며 화를 내던
노인도 있었고… 딸아이의 손을 꼭 붙든채 ‘왜 슬퍼도 못하게 하는거냐고..’ 라고 중얼대던 아주머니의 모습도
있었어요. 덕수궁 담벼락 한구석이 기대어 앉은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던 소녀도, 채증하는 경찰들의
카메라에 사진찍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던 아저씨도, 아무말없이 전경들을 노려보던 청년의 모습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우리가 시위하러 온것도 아닌데.. 그냥.. 그냥.. 사람이 죽었기에 슬퍼하러 온것인데..
그래도 한때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데 왜 – 당신들은 이 길을 막고 있는건가요. 묻고 묻고
다시 따져 물어도 – 대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건 – 그대답을 해줄수 있는 사람들은 그 자리가 아닌
뒤에 훨씬 더 뒤 어딘가에 자리를 잡은채 숨어있기 때문에… 혹은, 그런 애시당초에 그런 이유따윈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에.. 아니면, 어떤 사람들이 어떤 사람에 대해 또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 가늠할수 없을만큼 커다란
악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요. 사람들의 손안에 들려진건 죽창도 아니고 화염병도
아니고 다섯살 바기 어린아이도 부러뜨려 꺾을수 있을 가녀린 꽃한송이에 불과했는데 어째서 그런 꽃한송이
마저 당신 가는길에 놓여질수 없는지. 전 –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건 그 꽃의 아름다움에 혹은 그 꽃을 들고온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에 그들의 눈이 멀수도 있기때문에..
그래서 그꽃들은 누군가에겐 뾰족한 죽창보다도, 위험한 화염병보다도 더욱 그들 자신에게 위협이 되기에..
아름답다는건 , 가슴을 울린다는건 가끔 그 어떤것보다도 치명적인 무기일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들은 그들은
그런 작은꽃 한송이 조차도 저리 두려워하는것인지. 작은 촛불 불빛하나에도 그렇게 겁을 집어먹는것인지..
아마도 그건 어떤 세월을 어떤 시간을 어떤 종류의 아집과 망상에 잡혀 그렇게 무언가를 잃어버린채 상실해버린채
그렇게 살아가며 다시 무감각해졌던 그들이 끝끝내 잡지못했던 무엇이기에. 그래서 이제야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는건 너무도 두려운 일이기에. 그래서.. 그래서..

꽃들은 대한문 근처 어느 골목에서, 시청역 출구 밖의 인도 한켠에서, 길을 막은 전경들과 그들의 방패앞에서
그렇게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걸음을 멈춘 꽃들 조차도 각자의 그 자리에서 하나같이 당신의
죽음을 애도하고 또 그렇게 슬프게 떠난 당신을 그리워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또 시간이 지나서 날이 어두워져도 여전히 길이 열리지 않자, 사람들은 경향신문 호외
판 일면에 실린 당신의 모습을 영정사진 삼아 전경들이 막아선 인도 위 가로수 한켠에서 당신에게 작별인사를
하였습니다. 누군가는 꽃을 누군가는 향을.. 또 누군가는 끝내 당신이 피우지 못했던 담배 한대를 미소짓고있는
당신의 사진앞에 올리며 그렇게 그렇게… 아마도 그중 어떤 꽃들은 한때 당신을 미워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꽃들은 당신에게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고, 어떤 꽃들은 당신을 비난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런
꽃들의 아름다움 조차도 그날 그 가로수 아래에선 온전하게 당신과 우리들의 것이었어요 그 길을 막았던
어떤이들에게 그런 모습들이 비록 구차하거나 촌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대도, 분명 우리모두는 알고 있을겁니다.
누구나 돈을 내면 꽃을 살수는 있지만,꽃을 가질수는 있지만 그 꽃의 아름다움은 그렇게 쉽게 얻을수 있는게
아니라는걸. 그리고 아주 작은 어린아이조차 부러뜨릴수 있을만큼 연약한 그 꽃의 아름다움은 어떤 총칼과
진압봉 보다도 방패와 살수차 보다도 더 굳세고 강인하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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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안타까운 목소리로 당신이 좀더 뻔뻔스러웠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이 그렇게 뻔뻔스러웠다면 그날 그 거리에 그렇게 많은 꽃들이 온전히 당신을 그리며 숱한 전경들의 방패
앞으로 걸어오진 않았을테죠.. 안녕.
블로그가 있었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싱클레어님은 가끔 사람을 감동케 하는 재주를 가지셨네요…
오늘도 편안한 날 되시길…
가끔이죠 아주 가끔;;
마지막 세줄… 읽고 울었어요 ㅡㅜ
아이러니컬 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