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대교



무늬만 서울인 이동네에서 살아온지 19년, 이다리를 걸어서 건너다닌게 대체 몇번이나 되는지는 도저히 셀수가 없지만 여자와 같이 걸은게 몇번인지는 셀수가 있다.  0번. 한번도 없으니까.

흠……………….

(썅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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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남자와 걸어다닌것도 몇번 되지 않는다. 중삐리 시절 소풍가는 차비좀 아껴보겠다고 친구넘들과 걸어갔던적이 두어번 있었고.. 화양리 PC방에 일하던 시절 H녀석과 걸었던적이 한번 있네. 퇴근을 하였으나 이인간 게임하던거 끝날때까지 기다리다 차가 끊긴덕에, 12월 한겨울에 남자둘이 씹퉁씹퉁대며 강바람을 맞아야 했던 한없이 비극에 가까운 추억이 한번. K녀석과 건넜던적이 있었던가? 아마 잊었다면 그때도 고운 표정으로 지나진 못했을테고.. 아 국딩 시절에도 한번 있었구나. 같은반 녀석 다섯명이 의기양양하게 버스타고 어린이대공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엔 차비가 없어 집까지 걸어왔던 가슴아픈 어린날의 추억. -_- 백원짜리 악어잡기 게임기를 다섯명이 손집어넣고 하다가 기계를 고장내버려, 부리나케 공원에서 도망쳤던 조금은 창피한 기억이 별책부록으로 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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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부분은 혼자서 걸었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났더니 담배살돈이 없어 H녀석이 일하던 구의약 가스충전소 까지 두시간에 걸쳐 걸어간적도 있었고, 너무도 가지고 싶어서 꿈까지 꾸었던 줌렌즈를 처음 샀던 다음날 사진을 찍겠다고 걸어나온곳도 이곳이었고. (렌즈를 산덕에 돈이 떨어져 필름도 없었던 주제에-_-;)  종로에서 새벽까지 술을 먹고 지하철을 집어탔으나 지하철이 왕십리 부근에서 끊겨버려; 우씨하는 마음에 들고있던 인라인을 타고 집까지 간적도 있었군. 천호대교를 그 지랄로 지나는건 위험할일이 없었지만 그 직전에 있는 경사 30도 정도의 내리막을 트럭들 쌩쌩 달리는 새벽두시에 술에 만땅 꼴아서 인라인으로 다운힐을 시도했었기에, 중간쯤 내려가다 프레임이 탈착되어 나머지 절반은 바퀴대신 온몸으로 굴러서 내려가야 했었다. 문제는 그게 한번이 아니라 두번 정도였다는건데, 인생을 이꼬라지로 살고도 아직 죽지 않은걸 보면 인간의 생명력이란 생각보다 질기고 또 질기….. (이건 아니군;)  한번은 종로에서 죽도록 먹고 택시를 집어타고 그 내리막을 건너다 속이 메스꺼워 욱욱 두어번 소리를 냈더니 당황한 기사분, 갓길에 차를 주차시키곤 나를 내려준후 돈도 받지 않고 줄행랑을 치셨다. ;; 물론 장소는 새벽 세시 트럭이 쌩쌩 달리는 30도 내리막의 갓길. 예고된대로 지난 몇시간동안 위속에 들어간걸 그 장소에서 하나씩 확인해본후 택시기사분이 돈을 받지 않았다는사실에 매우 행복한 기분으로 비틀대며 저다리를 건넜지.

버스를 타고 건넌적은 훨씬 더 많다. 이 무늬만 서울인 동네에서 실제로 서울인 동네까지 지상으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을 타고 건널때는 대부분 이 다리를 건너게 되니까. 반쯤 잠겨내려가는 태양빛에 반짝반짝대며 바알갛게 달아오르던 저녁무렾의 강물. 멀리 보이는 잠실대교의 구조물과, 장의사 차량처럼 일렬로 지나가는 테일라이트들의 조용한 궤적. 이 강에 대한 내 기억은 다른 어느 장소보다도 이 다리위에서가 많았고, 시간이 흘러 ‘생각해보니 난 생각보다 이나라를 꽤 좋아하는것 같아요’ 라고 내가 수줍게 고백하게 되었던 가장 큰 원흉은 분명 이다리 위에서 홀린듯이 바라보았던 이 강의 모습임이 틀림이없다.

그러니 내촛불의 배후는 아마도 이 강 일것이다. 혹은 이 다리이거나. 사실 어제까지는 내촛불의 배후는 커트보네거트… 뭐 이런식으로 생각했는데, 메모리카드에 있던 사진들을 정리하다 이사진을 보게되니 그보단 이 다리쪽이 더 그럴듯하네….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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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내 촛불의 배후는 천호대교입니다. 아마도 분명히.